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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하시렵니까 - 한겨레21 2007.01.12.
제목 밤새 안녕하시렵니까 - 한겨레21 2007.01.12.
작성자 대표관리자 (ip:)
  • 작성일 2010-01-06 16: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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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하시렵니까

4명 중 1명꼴로 잠 잘 못 자는 수면 장애 겪지만 특별히 문제라 여기지 않아…목말라서 깬다면 잠버릇 문제, 코골이 우습게 여겼다가 뇌와 심장 망칠 수도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9개월 전 직장을 옮긴 정현우(가명·38)씨는 매일 밤 12시나 되어야 집에 온다. 집에 오면 씻고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새벽 1~2시쯤 자신도 모르게 곯아떨어진다. 불이 환하게 켜진 거실에서 1시간 정도 자다가 침대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잠을 청하는 정씨는 아침 8시30분이 되면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 뒤 출근한다. 매일 적어도 7시간 정도는 잠을 자기 때문에 특별히 잠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아침에 일어날 때 온몸이 찌뿌듯하고, 하루 종일 잠이 모자라는 듯 피곤한 기분이 든다. 정씨는 최근 아내에게서 믿기지 않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제가 요즘 잠을 자다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한다는 거예요. ‘나쁜 ××야! 이 ×××!’ 이런 심한 욕을 한다더군요. 예전에는 코를 거의 골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코골이도 심해졌대요. 잠을 자다가 화장실을 한 번씩 가는 버릇도 생겼어요. 저야 제가 자는 모습을 모르니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아내 얘기를 들으니 놀랍더군요. 이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상태가 점점 나빠지니까 이것도 혹시 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잠의 3~4단계를 건너뛰는 사람들

보름달이 뜨면 털이 복슬복슬한 늑대로 변신하는 늑대인간처럼 해가 떨어지고 달이 뜨면 자신도 모르는 또 다른 모습으로 돌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직장인들이다. 대한수면연구회가 지난해 8월 전국 성인남녀 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1명꼴로 숙면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는 정씨 얘기를 듣고 주변 직장인들을 상대로 간단한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최근 직장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30대 샐러리맨은 잠을 자다가 소리를 지르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20대의 한 직장인은 최근 6개월 동안 쉽게 잠에 들지 못해 매일 밤 잠과 혈투를 벌이고 악몽에도 시달린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모두 “잠을 잘 못 자기는 하지만 특별히 문제라고 느끼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다시 말해, 자신의 수면이 ‘장애’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들이 느끼는 증상들이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에 잠깐 피곤한 것뿐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서울수면센터를 찾았다. 서울수면센터의 한진규 원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하지 않다면 한 번쯤 자신의 수면 상태를 진단해봐야 합니다. 수면 장애라고 하면 불면증을 먼저 떠올리지만 수면과 관련된 많은 현상이 수면 장애에 속합니다.” 한 원장의 얘기에 ‘먹고살기 힘든 대한민국 직장인들 중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들 하루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리니까 밤에 잠을 편하게 못 자는 거 아닐까?


△ 수면다원검사로 수면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수면 장애 환자의 뇌파와 치료 이후 뇌파를 비교한 사진.

“낮에 활동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잘 못 잔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딱 절반만 맞는 얘기예요. 거꾸로 밤에 잠을 못 자기 때문에 낮에 피곤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거지요. 낮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오게 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약해져 잠에 영향을 주고, 거꾸로 잠이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겁니다.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는데 왜 누구는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누구는 활기차게 살아가는 걸까요?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잠을 어떻게 자느냐에 따라 스트레스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달라집니다. 잠을 자는 시간은 뇌와 심장이 휴식을 취하는 유일한 시간이니까요.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성격도 변해요. 스스로 예민한 성격이라고 단정짓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수면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수면은 얕은 단계인 1~2단계 수면과 깊은 단계인 3~4단계 수면, 렘수면으로 이뤄진다. 잠을 자면 이 주기가 여러 번 반복된다. 이 중 숙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깊은 잠을 전체 잠의 15% 정도는 자야 개운하게 잘 잤다는 기분과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다. 정씨는 바로 이 3~4단계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흥분파가 뇌를 괴롭혀 뇌가 곤히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다. 악몽을 꾸는 사람들은 전체적인 수면 구조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1~2단계와 3~4단계를 거쳐 자연스러운 몸의 리듬으로 렘수면 단계에 가면 편안한 꿈을 꾸지만 1~2단계 수면 뒤 3~4단계를 거치지 않고 또다시 1~2단계 수면을 취하면 곧바로 꿈수면으로 들어가 악몽을 꾸게 된다.

가장 개운한 수면량을 찾아라

수면에 관한 잘못된 상식은 수면 장애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잘못된 수면 상식의 대표주자는 ‘일 잘하고 공부 잘하는 애들은 잠이 없다’. 우리 사회는 잠이 없는 사람을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야근하고 새벽같이 출근해 일에 매달리는 회사 동료를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고, 선생님과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잠을 줄여야 1등 한다’고 잔소리를 한다. 잠을 자다가 화장실에 가거나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는 ‘자리끼’ 문화도 잘못된 수면 상식이다. ‘남자가 코고는 게 뭐가 대수냐’고 여기는 것과 ‘침대에 누워 잠이 오지 않으면 양을 세어라’는 상식도 문제다.


△ 수면다원검사를 진행하는 모습.

“잠을 푹 자지 않으면 일과 공부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수면은 양과 질이 모두 충족돼야 합니다. 보통 성인에게 알맞은 수면 시간은 7시간30분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그러나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수면의 양은 다릅니다. 필요한 양만큼 잠을 자지 않으면 절대 낮에 좋은 컨디션으로 활동할 수 없어요. 잠에는 빚이 있거든요. 양을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낮에도 그 빚을 갚으려고 꾸벅꾸벅 졸게 됩니다. 하루 종일 피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죠. 일이나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수면량부터 확인하세요. 조금씩 수면 시간을 조절하면서 알람 시계 없이 개운하게 일어나는 수면량을 찾으면 됩니다.”

잘 때는 생리적인 현상이 멈춰야 하는데 화장실에 가는 것은 깊은 잠에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었다는 ‘산울림’의 김창완씨도 수면 장애를 앓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자다가 목이 마른 것은 잘 때 코로 숨을 쉬지 않고 입으로 숨을 쉬기 때문이다. 코로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간이 입을 벌리고 잠을 자면 얼굴 구조상 혀가 뒤로 빠져서 저호흡을 유발하게 된다. 호흡이 일정하지 못하면 심장이 더 빨리 호흡하거나 숨을 크게 쉬려고 하기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코로 숨을 쉬면 입이 마를 일이 없다.

남자의 코골이에 대해 ‘그러려니’ 하는 것은 코골이의 위험성을 간과하는 것이다. 코를 고는 사람들 중 소리만 나는 ‘단순 코골이’는 드물다. 대부분 목젖과 얼굴 구조, 혀, 폐, 심장 등이 원인이며 수면 무호흡 증세를 동반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피곤하면 누구나 코를 곤다는 잘못된 상식이 자신도 모르게 뇌와 심장을 망가뜨릴 수 있다. 어느 날부터 코를 골지 않는다면 상태는 더 심각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가족 모두가 대대로 코를 골고 목이 짧으며 턱이 작은 사람들은 수면 무호흡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얼굴 구조가 굳어지지 않은 10대 아이들은 교정을 통해 코골이를 예방할 수 있다. 코골이의 치료법으로 최근에는 밤마다 착용하고 잠을 자 코골이로 인한 건강 악화를 막아주는 ‘지속적 양압치료기’(CPAP)가 널리 쓰이고 있다. 코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비인후과 수술을 통해 치료하기도 한다.

한 마리, 두 마리… 잠이 달아난다

잠드는 데 30분이 넘게 걸리고 잠을 자다가 깨는 횟수가 두 차례 이상이며 너무 일찍 깨는 등의 증상이 일주일에 3~4번 반복되는 것을 불면증이라고 한다. 잠이 잘 오지 않는 사람들은 먼저 침대에 누워 양을 센다. ‘잠을 자야지, 한 마리. 어서 자야지, 두 마리…’ 이렇게 세다 보면 잠이 올거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정반대다. 침대에 누워 잠을 자려고 애쓰는 순간 잠은 멀리서 뛰어오는 양을 비웃으면서 울타리 너머로 달아난다. 수면 호르몬 대신 각성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불면증 환자들은 대부분 잠에 대해 낮부터 걱정한다. ‘오늘도 못 자면 어떻게 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꼭 잘 거야’ 이런 다짐 역시 각성 호르몬만 계속 자극한다. 불안과 걱정을 만성 학습하면 점점 더 잠과 멀어진다. 그래서 불면증은 약물 치료보다 인지행동 치료나 심리 치료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수면 장애를 치료한다는 것은 단순히 잠을 많이 잘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몸이 자는 동안 보내는 이상신호를 감지하고 그 신호가 어디서 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인 것처럼 수면도 과학이다. 더 편안하고 개운한 일상을 원한다면 오늘 밤, 당신의 잠에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자주 깬다면 햇빛을 쬐라

상황별 숙면 대처법

수면 장애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진규 원장이 제안하는 상황별 숙면 대처법이 여기 있다. 대처법을 실천했는데도 여전히 아침에 개운하지 않고 오후 내내 피로하다면 수면 클리닉을 찾아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1. 막상 자려고 하면 잠이 오지 않을 때

절대로 잠을 자려고 노력하지 말아라.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으면 그냥 거실로 나와야 한다. 거실에서 잠자려는 힘을 만든 다음, 정말 졸릴 때 침실에 들어간다. 침대에 누워서 10분이 지났는데도 잠이 오지 않으면 뇌는 침대를 놀이터로 착각하기 시작한다. 가능하면 침대 가까이에 있는 시계를 치우고 밤을 맞이하자. 잠을 쉽게 자는 습관을 갖는 것도 좋다. 걱정 대신 자신감을 가져라.

2. 금방 잠이 들지만 자주 깨서 숙면을 못할 때

낮에 햇빛을 1시간 이상 본다. 햇빛이 낮 동안의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밤에 분비를 많이 하도록 도움을 준다. 낮에 근육 이완을 한다. 잠자기 2시간 전에 규칙적으로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도록 한다. 낮에 햇빛을 통해 준비된 멜라토닌을 분비시키려면 취침 2시간 전에 땀이 날 정도로 해야 좋다. 술이나 담배, 커피, 콜라, 초콜릿 등도 삼간다.

3. 코를 골며 자고 개운하지 않을 때

코를 고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체중을 줄이면 폐가 밤에 더욱 기능을 잘할 수 있고 혀 주위에 기름도 빠지기 때문에 호흡이 원활해진다. 코골이에 음주는 가장 강력한 적이다. 술을 먹으면 호흡 능력과 근육의 탄력이 떨어져 코를 더 심하게 골고 편안한 호흡을 하게 해주는 산고 포화도 수치마저 떨어뜨린다. 습관적으로 코를 고는 사람은 옆으로 자도록 하자. 옆으로 자면 혀가 중력의 영향을 덜 받으므로 숨쉬기가 편안하다. 폐가 호흡하는 용적도 커져 호흡이 일정하며 고르게 된다. 코 위생에도 적극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코막힘이나 비염으로 고생하면 잘 때 입을 벌리고 잘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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