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미국 생명과학자들은 이 사건을 잊고 싶은 기억으로 두고두고 새기고 있다. 이 일은 보건학적으로 어떤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 국민 건강과 생명과 관련해 앞으로 어떻게 사태가 전개될지 모르는 사안을 두고 누가 자신 있게 "이건, 아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한테도 신종 플루 대유행의 징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타미플루·리렌자 등 항바이러스 약물을 대거 쏟아부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백신 생산량을 늘려 엄청난 양의 접종을 해야 할지 모른다. 백신도 부족하고 대비할 시간도 없으니, 신속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이번 신종 플루의 유전자적 족보는 돼지인플루엔자이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고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만드는 백신도 처음 맞아 보는 것이다. 백신 확보량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백신이 과연 얼마나 안전한지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더 중요하다. 백신 임상 시험에 대한 평가가 매년 우리가 맞는 계절독감 백신보다 더 엄격해야 하며, 안전성 테스트 또한 꼼꼼해야 한다. 지금 백신만 맞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인데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에 맞서는 것은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다. 눈앞에 다가오는 적들을 두고 '돌격 앞으로~'를 외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럴 때일수록 과학자와 의학자는 냉철한 판단력으로 따질 건 따져야 한다. 현재 미국은 신종 플루 백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학적 검증이나 안전성 문제에 대해 굉장히 고민하면서 차분히 접근하고 있다. 우리 역시 대통령부터 초등학교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좋지만, 누군가는 객관적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 그게 '1976년 미국 백신'이 준 교훈이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8/26/20090826025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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