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게시판
  2. 코로나19 자 료 실

코로나19 자 료 실

자 료 실

게시판 상세
제목 [커버스토리]변종 바이러스 ‘전염병 대유행’ 공포 - 위클리경향 824호 - 2009.05.12.
작성자 한상문 (ip:116.199.160.23)
  • 평점 0점  
  • 작성일 2010-01-06
  • 추천 추천하기
  • 조회수 1257
 

[커버스토리]변종 바이러스 ‘전염병 대유행’ 공포

2009 05/12   위클리경향 824호

가축을 매개로 한 질병을 사람이 같이 앓는 인수 공통 전염병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최근의 변종 바이러스는 더 빨리 전염되고 치명적이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전쟁이 또다시 시작됐다. 멕시코발(發) ‘돼지 인플루엔자(SI) 바이러스’가 발생 2주 만에 지구촌 전역으로 번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우려하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대 5000만 명을 숨지게 한 1918년의 스페인 독감, 1957년과 1968년 홍콩에서 발생해 100만 명 이상을 사망케 한 홍콩 독감, 그리고 최근의 사스와 조류 인플루엔자(AI)에 이어 SI까지, 변종 바이러스의 대공습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사람이나 동물을 숙주로 삼아 번지다가 결국 숙주를 죽이고 마는 바이러스.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는 인간과 바이러스 간 전쟁의 역사다. 인간이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제제를 만들어내면 바이러스는 진화해 이를 무력화시키는 식이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왜 계속되는 것일까? 인간이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일까?
신종 바이러스 질환 종류

1347년, 이탈리아에서는 원인 모를 전염병이 발생했다. 온몸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증상에 따라 ‘흑사병’으로 불린 이 전염병은 이탈리아 전역을 초토화한 후 프랑스를 거쳐 영국과 북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이 병으로 3년간 유럽 인구의 30% 이상이 죽었다. 과학은 20세기가 되어서야 이 병의 원인이 페스트균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인류는 페스트를 재앙이 서린 전염병의 대명사로 여겼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페스트는 더 이상 발병하지 않고 있다. 페스트를 옮기는 세균을 찾아냈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인간의 주변 환경 또한 들쥐와 시궁창 속에서 세균이 창궐했던 700년 전 그때와 천양지차다.

하지만 현대 사회 들어 페스트보다 무서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 없이는 무생물에 가깝지만, 숙주세포만 있으면 생물 흉내를 내며 진화한다. 숙주가 죽으면 바이러스 역시 살 수 없지만 그럼에도 숙주를 죽이는 것만이 바이러스가 생존하는 방식이다. 바이러스에게 숙주는 삶의 터전이자 무덤인 셈이다.

인간·가축 넘나들며 진화
웨스트나일 뇌염, 니파 뇌염, 라임병,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 다소 생소하지만 최근 들어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질병들이다. 지난 2년간 동남아를 휩쓸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AI(조류 독감)도 한 예이며 멕시코에서 발생한 SI도 마찬가지다. 이들 전염병의 원인은 바이러스. 세균은 핵과 미토콘드리아가 있어 독자생존이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는 핵이 없어 조류나 가축, 사람 등 다른 생물(숙주)에 기생해야 살 수 있다. 이 바이러스들은 숙주 세포의 유전자 복제와 단백질 합성 도구를 맘대로 사용해 자신의 유전물질을 무수히 만들어낸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변종 바이러스는 세포 표면으로 나와 주변의 정상세포를 파괴해 나간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고, 백신 또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뿐이지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지 못해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가공할 만하다. 게다가 백신을 만들어내면 자취를 감추었다가 변이와 변종을 거듭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 감염 초기 증상 또한 감기와 비슷해 자각 능력도 떨어진다.

학계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는 A형, B형, C형이 존재한다. 그중 인류를 괴롭히는 바이러스는 A형과 B형으로, A형은 대유행 가능성이 높다. A형에서는 헤마글루티닌(H항원)과 뉴라미니다제(N항원) 형태의 차이를 구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H항원은 1~16, N항원은 1~9가 있어 총 144가지의 인플루엔자 종류가 가능하다. 바로 이 H항원과 N항원이 바이러스 내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사람에게 병을 일으킨다. 김은주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형 인플루엔자 144가지는 유전자 구성이 모두 다르다”며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인플루엔자가 존재하는데, 기존 인플루엔자에서 변이가 발생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팬데믹을 수 차례 경험했다. ‘팬데믹(pandemic)’이란 특정한 전염성 질환이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돼 유행하는 현상.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3대 요소로 식량 부족, 기후변화와 함께 팬데믹을 지목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의 경우 페스트를 인류 최악의 팬데믹으로 꼽기도 하지만, 대부분 1918년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최대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 독감은 돼지의 몸 속에서, 조류 인플루엔자와 사람 인플루엔자가 섞여 생긴 변종 바이러스였다.

최근 바이러스는 인간과 닭·돼지 등 가축을 넘나들면서 새로운 형태의 강력한 바이러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멕시코 SI 바이러스도 사람 인플루엔자와 조류·돼지 인플루엔자가 돼지에서 섞이면서 신종 바이러스로 변종한 것이고, 지난 몇 년간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내며 아시아 지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AI도 사람의 인플루엔자가 조류의 것과 재조합하면서 변종 인플루엔자로 탈바꿈했다.

동물이 AI나 SI에 걸리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 단계는 돌연변이가 일어나 사람 사이에 감염이 일어날 때다. 그동안 AI는 조류에만 감염을 일으키고 사람에게는 넘어오지 않았지만 1997년 홍콩에서 조류와 사람의 인플루엔자가 혼합되면서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멕시코에서 발생한 SI도 사람끼리 감염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사망자가 늘어났다. 신종 바이러스로 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으로, “가축을 매개로 한 질병을 사람이 같이 앓는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 창궐 시대를 맞고 있다”는 게 학계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바이러스 연구 권위자인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변이를 거친 SI 바이러스가 기존 병원성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SI가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것은 새로울 게 없다. 전에도 돼지 축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돼지가 SI를 앓고 나면 같이 감기 증세를 보이곤 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됐다. 그래봐야 감기처럼 콧물 며칠 흘리다가 정상으로 회복되곤 했다”면서도 “이번 바이러스는 사람에서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점과 병원성이 강력해 높은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환경파괴·집단학대사육에 대한 ‘경고’
그렇다면 무엇이 바이러스의 진화를 불러왔을까? 도대체 바이러스는 인류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일까? 최근 들어 AI나 SI처럼 동물에서 사람에게 전파되는 변종 바이러스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선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의학계 일각과 환경론자, 동물권옹호론자들은 인간과 가축 사이에 생활의 경계가 없어졌고, 생태를 무시하는 집단사육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먼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가 바이러스의 변이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1976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견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최초 숙주가 원숭이인지, 박쥐인지 불분명하지만 환경 파괴로 변종 바이러스가 생겨 인간에게 전염된 것은 확실하다는 게 의학계의 진단. 에이즈도 아프리카 카메룬 지역 침팬지들의 병이었지만 인간들이 침팬지를 무분별하게 잡는 과정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아왔다는 설이 강하다.

유엔환경계획(UNEP)도 2005년 보고서를 통해 무분별한 도시 개발과 동식물 서식지 파괴 등에 따른 환경 변화로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UNEP는 보고서에서 “동물이 인간에게 옮기는 전염병이 늘어나는 것은 삼림 벌채나 무분별한 도시 확장, 부실한 폐기물 처리, 도로·댐 건설, 기온 상승 등이 질병이 번지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 관리과장은 “1970년대부터 거의 매년 지역별로 새로운 전염병이 나왔는데 대부분 가축에서 넘어온 것”이라며 “인간의 주거 지역이 점점 넓어지면서 야생 동물이나 가축과 접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영순 서울대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 소장(수의학과 교수)도 “조류·돼지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지역을 가보면 사람과 가축의 생활 영역이 구분돼 있지 않은 곳”이라며 “이런 환경 속에서 이종(異種) 간에 바이러스 재조합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변종 인플루엔자가 태어나고 퍼져 나간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도 중국이나 베트남 농촌 지역 등 사람과 가축의 주거 환경이 분리되지 않은 곳에서 주로 태어났다.

기업 형태로 이뤄지는 대규모 가축 사육도 인수 공통 질병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가축을 밀집해서 키울 때 생산량을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늘리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이것이 항생제 내성균을 키워서 사람에게 전파되어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멕시코 정부가 이번 돼지 인플루엔자의 발원지로 주목한 곳도 세계 최대 돈육 생산기업인 스미스필드푸드가 베라크루스주 페로테에서 운영하는 그란하스 카롤 농장으로, 약 100만 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는 곳이다. 이 농장 주변의 파리떼와 배설물이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대량 축산은 유전적 다양성의 부족과 열악한 환경을 야기한다. 자연과 함께 공존해야 할 축산업이 공장식 2차 산업으로 재편되면서 근친번식, 밀집 사육, 인공사료 등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태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좁은 공간과 고온은 동물들에게 스트레스가 되어 닭은 옆의 동료를 쪼아대고, 돼지는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하지만 공장형 축산시스템은 사육장을 넓히는 등 사육조건을 개선하기보다 아예 닭의 부리를 잘라버리거나 돼지의 꼬리를 잘라버린다. 평생 정자만 제공하는 수컷과 제대로 몸을 풀기도 전에 다시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암컷 등 동물의 자연적 생태는 철저히 무시되고, 효율성만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동물이 다양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변종 ‘괴물 바이러스’를 양산하고 있다. 때문에 동물권 옹호론자들은 “인수 공통 전염병은 생명과 자연에 역행하는 인류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닭과 소에 이어 이번엔 돼지가 경고에 나선 것으로, 결국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자승자박’이라는 것이다.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퍼지는 게 공포다. 공포는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한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타고 순식간에 지구촌에 번진다. 차이는 있겠지만, 마스크를 쓴 채 성당 밖에서 미사를 올리는 멕시코시티 시민의 눈빛과 돼지고기 소비를 뚝 끊은 서울시민의 발걸음에 실린 공포 자체엔 차이가 없다.

바이러스가 국가분쟁 유발?
SI의 확산은 2003년 사스나 2005년 AI보다 빠르다. 불과 보름 만에 세계로 확산된 공포의 배경은 글로벌화, 즉 세계화다. 20세기 들어 바이러스들은 ‘에어플레인(Airplane) 바이러스’로 불릴 만큼 비행기나 선박 등 교통수단을 타고 순식간에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멕시코 SI에 대해 어떻게 북미산 조류 바이러스에 유럽 및 아시아산 돼지 바이러스가 결합했는지는 해명되지 않고 있지만, 대륙간 이종 바이러스의 결합은 ‘바이러스의 세계화’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사회학자들의 지적이다.

바이러스의 세계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자국 보호주의’ 흐름을 전파하며 국가간 분쟁을 야기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SI의 진원지인 멕시코는 물론 미국 경제가 초비상에 걸린 가운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여행 제한 등 예방조치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까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이미 한국과 중국, 러시아, 필리핀, 태국,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에콰도르 등이 미국산 돼지고기에 대해 수입 금수 조처를 취하자 미국은 “심각한 무역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고, 쿠바와 아르헨티나가 멕시코 여행을 금지시키거나 멕시코발 항공편의 운항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중국은 SI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일부 해외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전혀 근거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번 돼지 인플루엔자 사태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이 이미 경기 침체로 허덕이는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보건 의료 지출을 늘릴 수 없는 이 국가들의 돼지 인플루엔자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돼지 인플루엔자가 팬데믹이 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지만 나라 안팎의 전문가들은 SI는 AI보다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의학 발전과 함께 AI와 사스에 대한 경험으로 각국의 대응 시스템이 발전했고 과학자들 간 공조가 긴밀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자연을 역행하는 인류의 행태가 여전한 상태에서는 SI를 극복해도 새로운 재앙이 거듭 인간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강하다. “바이러스는 시간이 흐를수록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박봉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말처럼 인류와 ‘괴물 바이러스’의 전쟁은 진행형이며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닭과 소, 돼지를 통해 자연이 인류에 던진 경고장, 그 안에서 무엇을 읽을 것인가?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첨부파일
비밀번호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댓글 수정

비밀번호 :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WORLD SHIPPING

PLEASE SELECT THE DESTINATION COUNTRY AND LANGUAGE :

GO
close